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에게 '캣닙(Catnip)'과 '마타타비(개다래)'는 마법의 가루와 같습니다. 평소 얌전하던 아이가 캣닙 향을 맡자마자 바닥을 뒹굴며 황홀경에 빠지거나, 침을 흘리며 골골송을 부르는 모습은 신기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흔히 이를 '고양이 마약'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사실 이는 고양이의 특정 후각 시스템과 뇌의 보상 회로가 만나는 정교한 신경학적 반응의 결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캣닙의 핵심 성분이 고양이의 뇌를 어떻게 자극하는지, 그리고 왜 모든 고양이가 이 마법에 걸리지는 않는지 그 과학적 내막을 상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뇌를 깨우는 분자, 네페탈락톤의 침투 경로
캣닙에는 네페탈락톤(Nepetalactone)이라는 휘발성 화학 물질이 들어있습니다. 이 분자가 고양이의 코로 들어오는 순간, 단순한 냄새 이상의 신경 전달 과정이 시작됩니다. 중요한 점은 고양이가 캣닙을 먹어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향'을 맡을 때 반응이 극대화된다는 것입니다. 네페탈락톤 분자는 고양이 비강 내의 후각 상피 세포에 결합하고, 이 신호는 즉시 뇌의 후각 구(Olfactory bulb)로 전달됩니다.
캣닙의 성분은 뇌의 편도체(감정 조절)와 시상하부(본능적 행동)를 동시에 자극하여 쾌락을 유발합니다.
마타타비(개다래)는 캣닙보다 더 강력한 유효 성분인 '액티니딘' 등을 포함하고 있어 반응률이 더 높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생후 6개월 미만의 아기 고양이는 반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경계의 축제: 쾌락과 본능의 결합
후각 구를 통과한 신호는 뇌의 심부 조직인 편도체와 시상하부로 뻗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일종의 '인위적인 페로몬' 효과를 경험하게 됩니다.
1. 편도체(Amygdala)와 감정의 증폭
편도체는 공포나 기쁨 같은 감정을 처리하는 곳입니다. 네페탈락톤은 이곳을 자극하여 고양이가 극도의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합니다. 캣닙을 맡은 고양이가 몸을 비비거나 뒹구는 것은 사회적 유대감을 느낄 때나 짝짓기 시에 보이는 행동과 유사한 신경학적 맥락을 가집니다.
2. 시상하부(Hypothalamus)와 본능적 행동
시상하부는 먹기, 싸우기, 성적 행동 등 본능적인 반응을 조절합니다. 캣닙 자극이 이곳에 도달하면 고양이는 사냥감을 잡았을 때처럼 뒷발 팡팡을 하거나, 침을 흘리는 등의 본능적 반응을 표출합니다. 즉, 캣닙은 고양이의 뇌에 "지금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어!"라는 가짜 신호를 보내는 셈입니다.
캣닙 vs 마타타비: 성분과 효능의 정밀 비교
모든 고양이가 캣닙에 반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통계적으로 약 30%의 고양이는 캣닙에 반응하지 않는데, 이때 대안으로 사용되는 것이 마타타비입니다.
| 구분 | 캣닙 (개박하) | 마타타비 (개다래) |
|---|---|---|
| 핵심 유효 성분 | 네페탈락톤 (1종) | 액티니딘, 네페탈락톨 등 (다종) |
| 반려묘 반응률 | 약 60~70% | 약 80% 이상 |
| 지속 시간 | 약 5~15분 | 약 10~20분 (개체차 존재) |
| 주요 형태 | 가루, 잎, 스프레이 | 나무 막대, 열매(충영과) |
마타타비는 캣닙보다 성분의 종류가 다양하고 농도가 짙어, 캣닙에 반응하지 않는 고양이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건조된 열매인 '충영과'가 가장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전문가가 제언하는 올바른 활용법과 주의사항
캣닙과 마타타비는 고양이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훌륭한 도구지만, 오남용은 피해야 합니다.
- 내성 방지 전략: 너무 자주 급여하면 뇌의 수용체가 무뎌져 반응이 사라집니다. 주 1~2회 정도 특별한 보상으로만 활용하십시오.
- 안전한 장소 확보: 환각 상태에서 흥분하여 뛰어다니다 가구에 부딪힐 수 있으므로 넓고 안전한 평지에서 급여하십시오.
- 공격성 체크: 일부 고양이는 과도한 자극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예민해지거나 공격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다묘 가정이라면 격리된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급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 간질 및 질환 유무: 뇌 신경을 자극하는 특성이 있으므로, 간질 발작 이력이 있는 고양이에게는 급여 전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해야 합니다.
고양이의 정신 건강을 위한 '천연 처방전'
캣닙과 마타타비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닙니다. 실내에서 생활하며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고양이들에게 환경 풍부화(Environmental Enrichment)를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사냥 본능을 충족시키며, 운동량을 늘려주는 이 식물들은 고양이의 정신 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아이가 캣닙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는 그저 유전적인 차이일 뿐입니다. 대신 마타타비나 '실버 바인' 등 다른 대안을 시도해 보거나, 노즈워크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주는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캣닙이 주는 15분간의 짧은 행복은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사는 실내 환경에 더 잘 적응하고 정서적 평온을 유지하게 돕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오늘 저녁, 우리 아이의 뇌에 기분 좋은 자극 한 스푼을 선물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