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에서 캐스팅은 단순한 외형적 배치가 아니라 서사의 구조·감정선·작품의 결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스타 시스템, 이미지와 역할의 적합성, 제작사의 전략, OTT 시대로의 이동, 글로벌 캐스팅의 확장 등 다양한 요인이 캐스팅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 ‘미스터 션샤인’, ‘더 글로리’, ‘나의 아저씨’, ‘D.P.’, ‘작은 아씨들’ 등 대표 작품을 중심으로 캐스팅이 드라마 흥행에 미치는 구조적 의미를 분석한다.

한국 드라마에서 캐스팅은 작품의 성공을 결정하는 기획의 출발점이다
한국 드라마 산업에서 캐스팅은 단순한 배우 선정 작업이 아니다. 작품의 정체성과 첫인상을 결정하는 창작적 선택이자 산업적 전략이며, 서사의 방향성을 명확히 규정하는 핵심 기획이다. 드라마가 어떤 얼굴과 어떤 목소리를 통해 세계를 구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은 작품의 성격을 사실상 ‘확정짓는’ 단계다. 이 때문에 한국 제작사들은 캐스팅을 시나리오·연출과 동등한 수준의 중심 축으로 다룬다. 캐스팅의 중요성은 시청자의 감정 흐름과 작품의 몰입도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병헌과 김태리가 조우하는 첫 장면에서 이미 시청자는 작품이 가지는 감정의 결을 직감한다. 이병헌의 묵직한 얼굴과 김태리의 선명한 눈빛은 서사적 긴장과 시대적 질감에 맞물려 작품 전체의 톤을 결정했다. 반면 ‘나의 아저씨’는 이선균과 이지은의 캐스팅을 통해 인물의 고통·정적·회복이라는 서사 구조를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의 캐스팅은 단순히 유명 배우의 기용이 아니라, 정적이면서도 내면의 파괴를 견디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얼굴을 선택한 예였다. 그 반대로 ‘D.P.’의 정해인은 폭력과 억압 속에서 흔들리는 병사의 감정을 미세한 표정으로 표현하며 작품의 리얼리즘을 강화했다. OTT 시대가 열리면서 캐스팅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글로벌 플랫폼은 배우의 해외 인지도·표정의 전달력·언어 장벽·감정 표현의 범위를 고려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캐스팅은 이제 흥행을 위한 요소를 넘어 작품의 국제적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확장되었다. 이 글은 한국 드라마 캐스팅 시스템이 어떤 구조로 작동하며, 캐스팅이 작품의 서사·흥행·산업적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깊이 있게 해석하고, K-드라마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캐스팅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를 비평적으로 분석한다.
스타 파워의 영향력: 초기 시청률 확보와 서사 신뢰의 기반
한국 드라마는 스타 시스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정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작품의 존재가 시장에서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스타 배우의 캐스팅은 초기 시청률·홍보·파트너십·해외 판권·OTT 계약 등의 산업적 요소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대표적으로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 캐스팅은 작품이 시작되기도 전에 산업적 신뢰를 구축했다. 이병헌은 국내·해외 인지도를 동시에 갖추고 있었으며, 서사적 중량감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배우로 평가받았다. 그가 가진 얼굴의 깊이·목소리·내면적 에너지·장면의 집중력은 김은숙 작가의 서사와 이응복 감독의 연출과 결합해 작품의 고유한 질감을 형성했다.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의 캐스팅은 또 다른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로맨스 중심 이미지가 강했던 송혜교는 정적이고 차갑고 응축된 감정으로 폭력을 복수로 전환하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커리어 내 이미지의 전환을 이끌었다. 시청자는 ‘송혜교가 이런 감정을 표현한다’라는 호기심과 신뢰로 작품에 진입하며, 이는 서사의 집중도와 감정적 동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이선균의 ‘나의 아저씨’, 조정석의 ‘슬기로운 의사생활’, 남궁민의 ‘스토브리그’, 박은빈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에서도 스타 캐스팅은 작품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는 기둥 역할을 했다. 이들은 작품의 톤을 결정하는 ‘얼굴의 서사력’을 가진 배우들이다. 스타 파워는 흥행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작품 전체가 의지할 수 있는 정서적 기둥을 형성한다. 그러나 스타 의존도가 지나치면 서사가 배우의 이미지에 종속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캐스팅 단계의 핵심 과제다.
이미지 적합성과 역할의 해석
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배우의 이미지와 역할의 적합성이다. 이미지 적합성은 단순히 외형적 유사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가진 얼굴의 분위기·말투·속도·감정의 리듬·내면적 결이 캐릭터의 요구와 일치하는지를 의미한다.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 역에 이지은이 캐스팅된 것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이지은이 가진 섬세하지만 절제된 감정 표현은 인물의 고립·생존·내면적 분투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이 캐스팅이 없었다면 작품의 감정 구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D.P.’에서 정해인은 군대라는 억압적 환경 속에서 흔들리는 감정의 미세한 진폭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로서 적합했다. 그의 선한 이미지와 내면적 동요는 작품이 가진 리얼리즘을 강화했다. ‘작은 아씨들’의 김고은·남지현·박지후 캐스팅 역시 서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고은은 ‘있는 그대로를 직시하는 인물’, 남지현은 ‘윤리적 선택의 경계에 선 인물’, 박지후는 ‘순수함과 외부의 압력을 동시에 경험하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 세 배우의 서로 다른 에너지와 이미지가 자본 권력 서사의 명암을 대비시키며 작품의 긴장도를 높였다. 이미지 적합성이 떨어지면 작품 전체의 서사 구조가 흔들리고, 시청자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즉, 캐릭터의 정체성은 배우의 얼굴에 의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OTT 시대의 캐스팅
OTT 시대 이후 한국 드라마는 넷플릭스·디즈니+·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플랫폼의 기준에 맞추어 캐스팅 전략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OTT는 단순히 국내 인기 배우가 아니라, 얼굴의 감정 전달력·글로벌 인지도·연기 스타일·언어 표현력 등을 동시에 고려한다.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는 한국에서 이미 확고한 배우였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그의 얼굴과 감정 표현은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얼굴의 글로벌 전달력’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의 대표적 사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은 언어적 표현·감정적 정밀함·캐릭터의 결을 조화롭게 구현하며 작품이 해외에서 폭넓게 소비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더 글로리’의 임지연은 폭력의 가해자라는 인물을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위협적 에너지를 극대화해 주목받았다. 이는 OTT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미묘한 악역 서사와 부합했다. 글로벌 캐스팅 전략은 배우를 단순한 스타가 아니라 ‘국제적 감정 번역자’로 본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크다. OTT는 배우의 이미지가 국가를 넘어 어떻게 번역되는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캐스팅의 기준은 더욱 복잡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
캐스팅은 한국 드라마의 흥행 구조뿐 아니라 서사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한국 드라마의 캐스팅은 단순히 유명 배우를 기용하는 전략에 머물지 않는다. 서사의 정체성, 장면의 감정 구조, 시청자의 몰입, 작품의 메시지 해석까지 캐스팅이 결정하는 요소는 광범위하다. 스타 파워는 초기 주목도를 높이고, 이미지 적합성은 캐릭터의 설득력을 보강하며, OTT 시대의 글로벌 기준은 작품의 확장성을 결정한다. 그러나 캐스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서사의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미지 고착화는 배우의 연기 폭을 제한할 위험이 있다. 또한 산업적 계산이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작품의 창작적 결이 흐려지는 사례도 충분히 존재한다. 결국 캐스팅은 작품의 출발점이자 완성도, 그리고 산업적 미래를 동시에 결정하는 요소다. 한국 드라마가 앞으로 더 깊고 넓게 확장되기 위해서는 캐스팅을 단순한 배치가 아닌 창작의 핵심 단계로 다루는 태도가 필요하며, 이는 산업 전반의 성취와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는 지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