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상용 감독의 범죄도시 3는 마석도 형사가 새로운 악을 상대하며 국제 범죄조직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존 시리즈의 통쾌함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캐릭터와 세련된 액션으로 한국형 범죄 영화의 세계화를 이룬 작품이다.

시리즈의 확장, 영웅의 재정의
《범죄도시 3》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다. 이 영화는 마석도(마동석)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나의 ‘유니버스’를 완성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상용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준 현실적이면서 통쾌한 액션 감각을 한층 발전시켜, 이번엔 ‘국제 범죄조직’이라는 더 넓은 무대로 이야기를 확장했다. 서울을 넘어 필리핀과 한국 전역을 오가는 사건 속에서, 마석도는 여전히 유머와 정의감,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단순히 ‘악을 응징하는 형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정의의 피로’와 ‘영웅의 고독’을 동시에 담아낸다. 마석도는 더 이상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폭력과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으로 그려진다. 이로써 《범죄도시 3》는 시리즈의 오락성과 깊이를 동시에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관객은 다시 한 번 묻는다 — “정의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새로운 악의 등장과 국제적 범죄
전작의 사건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천경찰서 강력반은 새로운 사건에 휘말린다. 이번에는 단순한 지역 범죄가 아닌, 국제 밀매 조직이 관련된 사건이다. 필리핀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잔혹한 조직의 중간 보스 주성철(이준혁)이 한국 내 유통을 장악하려 한다. 그는 치밀하고 냉정하며, 폭력에 대한 망설임이 없다. 마석도는 새로 합류한 강력 1팀과 함께 그의 흔적을 추적한다. 한편, 조직의 배후에는 더 거대한 국제 범죄 네트워크가 있다는 단서가 드러난다. 이 사건은 단순히 ‘범인 검거’의 차원을 넘어, 국가 간 범죄 협력과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얽힌 복잡한 국면으로 발전한다. 마석도는 점점 고립되고, 경찰 조직 내부의 갈등 또한 심화된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정의의 감각을 잃지 않는다. 결국 주성철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그는 “정의는 복수가 아니다”라는 말을 스스로 되새기며 폭력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결말은 화려한 액션과 함께 마석도의 내면적 변화로 마무리된다. 그는 여전히 주먹으로 정의를 세우지만, 그 주먹 안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슬픔이 담겨 있다.
등장인물과 배우들의 연기
마동석은 이번에도 ‘마석도 그 자체’다. 그의 액션은 단순한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정의의 감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한 대 한 대의 펀치가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때리는 사람이 아니라 ‘대신 맞서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준혁은 새로운 악역 주성철로 등장하며, 시리즈에 신선한 긴장감을 더했다. 그는 과묵하지만 잔혹하고, 감정의 파동이 없는 차가운 범죄자다. 그의 악은 윤계상과 손석구의 악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그는 ‘무감정의 악’, 즉 시스템 속에서 악을 수행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섬뜩하다. 이범수는 국제범죄수사대 요원으로 등장해 마석도와 다른 방식의 정의를 보여주며 시리즈의 균형을 잡는다. 박지환, 최귀화 등 기존 배우들은 코믹함과 현실감을 유지하며 시리즈 특유의 인간미를 이어간다. 특히 팀원 간의 대화와 유머는 무거운 서사 속에서도 숨통을 틔워주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연출과 액션의 진화
《범죄도시 3》의 연출은 한층 세련되었다. 이상용 감독은 이전보다 더 넓은 공간과 더 복잡한 액션을 다루지만, 혼란스럽지 않게 통제된 리듬으로 전개한다. 특히 도심 추격전, 야시장 격투, 건물 내 잠입 장면 등은 현대적 감각의 액션으로 완성됐다. CG를 최소화하고 실제 스턴트를 최대한 활용한 점은 현장감과 타격감을 극대화했다. 또한 편집의 리듬감이 탁월하다. 액션 장면과 감정 장면의 배치를 교차시키며, 폭력 속에서도 인간적 온도를 잃지 않는다. 음악 또한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이번엔 더 묵직하고 긴장감 있는 사운드로 변주된다. 특히 후반부의 필리핀 항구 전투 장면은 한국 액션 영화 역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클라이맥스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주먹의 정의’가 얼마나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는지 체감하게 된다.
정의, 폭력, 그리고 피로
《범죄도시 3》는 단순히 범죄자를 응징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정의의 피로’라는 주제가 깔려 있다. 마석도는 수많은 범죄자를 잡아왔지만, 세상은 여전히 폭력과 악으로 가득하다. 그는 점점 더 묻는다. “이 싸움에 끝은 있을까?”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질문 속에서 인간적인 영웅을 만들어낸다. 영탁과 달리, 마석도는 절대 악으로 타락하지 않는다. 그는 폭력을 사용하지만, 폭력에 취하지 않는다. 그 차이가 바로 영화가 말하는 ‘진짜 정의’다. 또한 이번 작품은 ‘공동체의 정의’와 ‘개인의 정의’의 대립을 다룬다. 경찰 조직 내부의 갈등, 국제 협력의 부패 구조 속에서 마석도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을 택한다. 이 점이야말로 《범죄도시 3》가 단순한 오락영화를 넘어 ‘한국형 영웅 서사’로 진화한 이유다.
범죄도시 3의 의의와 시리즈의 미래
《범죄도시 3》는 시리즈의 정점이자 새로운 출발점이다. 전편의 통쾌함과 유머, 인간미를 유지하면서 더 복잡한 세계관과 철학적 깊이를 더했다. 마석도는 이제 단순한 형사가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상징이 되었다. 그는 폭력과 정의, 유머와 슬픔을 모두 품은 ‘현대적 영웅’이다. 이상용 감독은 시리즈를 단순한 프랜차이즈가 아닌, ‘인간의 정의에 대한 장기 서사’로 확장시켰다. 《범죄도시 3》는 한국 액션 영화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결정체다. 그리고 그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석도의 다음 이야기는 이미 예고되었다. 그의 주먹이 다음엔 어떤 세상과 맞설지, 관객은 이미 또 한 번의 정의를 기다리고 있다. 결국 《범죄도시 3》는 단순히 악을 처단하는 영화가 아니라, ‘정의가 피로해진 시대’에 다시 한 번 믿음을 심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