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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4, 정의의 주먹이 다시 터지는 순간

by aicarrolls 2025.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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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 4》는 허명행 감독이 연출하고 마동석, 김무열, 박지환, 이주빈 등이 출연한 범죄 액션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이번 편은 베트남, 필리핀을 넘나드는 국제 범죄조직과 마석도 형사의 대결을 그리며, 시리즈 특유의 유머와 압도적 액션을 한층 확장시켰다. 인간의 본성, 정의의 경계, 그리고 폭력의 윤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담은 작품이다.

 

 

 

다시 한 번, 마석도의 주먹이 정의를 외친다

《범죄도시 4》는 단순히 ‘형사가 악인을 때려잡는’ 오락 영화의 범주를 넘어서, 시리즈 전체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한 전환점이다. 전작 《범죄도시 3》이 다국적 약 카르텔을 상대로 한 스펙터클한 액션으로 확장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은 마석도의 내면과 정의의 본질을 더 깊게 탐구한다. 감독 허명행은 윤태호의 원안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액션과 감정의 균형을 새롭게 재조율했다. 그 결과 이번 4편은 단순한 범죄 소탕극을 넘어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폭력으로 실현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초반부터 전작보다 더 어두운 분위기로 시작된다. 한국과 동남아를 잇는 거대 범죄 네트워크가 등장하고, 그 중심에는 잔혹한 신흥 세력 ‘백창기(김무열)’가 있다. 그는 폭력과 논리를 동시에 사용하는 ‘냉정한 전략가형 악인’으로, 마석도의 육체적 힘과 정반대되는 캐릭터다. 이 두 인물의 대립은 결국 ‘시대가 만든 악과 정의의 본질’을 상징한다.

 

 

법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정의를 실현하다

영화는 서울 강력반 소속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베트남 조직 사건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며 시작된다. 그러나 그는 곧 더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다. 한 다국적 범죄조직이 국내 IT 기업을 위장해 자금세탁과 인신매매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배후에는 전직 군 정보요원 출신의 범죄두목 백창기(김무열)가 있다. 그는 냉철하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범죄를 설계하며, 폭력 대신 ‘체계’를 통해 사회를 잠식한다. 이에 맞서 마석도는 기존의 팀원들과 함께 새로운 작전에 착수한다. 하지만 이번 적은 이전과 달리 ‘한 주먹으로 끝낼 수 없는 상대’다. 법과 권력이 결탁된 구조 속에서 마석도의 주먹은 점점 무력해진다. 그러나 그는 “법이 막히면 주먹으로 뚫는다”는 신념으로 다시 현장을 파헤친다. 중반부 이후 영화는 필리핀 마닐라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국제 범죄조직의 핵심 인물이 도피한 그곳에서, 마석도는 정보원들과 현지 형사들과 협력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폭발 장면, 그리고 ‘주먹 액션’의 절정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한층 더 리얼하고 무겁게 표현된다.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는 백창기의 음모가 드러난다. 그는 한국의 재벌, 정치인, 외국 자본과 손을 잡고 범죄를 시스템화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마석도는 그를 법정이 아닌 현장에서 마주하게 되고, 영화는 ‘정의의 폭력’이라는 역설을 던진다. 라스트 신에서 마석도의 대사는 단호하다. “정의는 멈추지 않아. 법이 멈추면, 내가 간다.”

 

 

주먹과 이성의 충돌

마동석은 이번에도 절대적인 존재감으로 마석도를 완성했다. 그의 액션은 단순한 힘의 과시가 아니라 ‘의지의 표현’이다. 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관객은 통쾌함과 동시에 묘한 슬픔을 느낀다. 그것은 정의가 언제나 피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김무열은 완벽히 변신했다. 그는 차분하고 계산적인 악역 백창기를 통해 ‘지능형 폭력’의 공포를 구현했다. 냉정한 표정, 절제된 말투, 그리고 결정적 순간의 잔혹함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특히 마동석과 김무열의 대립 장면은 근육과 이성이 부딪히는 철학적 충돌처럼 느껴진다. 박지환은 여전히 유머와 현실감을 담당하며, 이 시리즈의 ‘인간미’를 유지한다. 이주빈은 마석도의 팀원으로 등장해, 냉철한 정보 분석과 현장 감각을 결합한 캐릭터로 활약한다. 그녀의 존재는 시리즈 내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넓히며, 액션 서사의 다양성을 더한다.

 

 

폭력의 리듬, 도시의 질감

허명행 감독은 윤계상, 손석구, 이준혁에 이어 김무열을 새로운 악역으로 세운 뒤, 이 시리즈의 폭력미학을 ‘감정의 무게’로 재구성했다. 촬영은 핸드헬드와 스테디캠을 적절히 병행해 현장의 긴박감을 실감나게 담아냈다. 액션은 한층 더 사실적이다.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의 둔탁한 충격음, 파편이 튀는 유리, 피가 아닌 먼지와 땀의 질감이 리얼리즘을 강화한다. 배경은 서울 도심에서 필리핀 슬럼가까지 확장된다. 특히 마닐라의 좁은 골목길에서 펼쳐지는 총격전은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밀착감으로 구성됐다. 음악은 베이스 리듬 중심의 저음대가 강조되어, 폭력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특히 결투 장면에서 등장하는 전통 타악기 사운드는 ‘한국형 액션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편집은 빠르지만 산만하지 않다. 폭력의 타이밍과 정적의 순간을 교차시키며 리듬감 있는 내러티브를 완성했다.

 

 

정의는 여전히 폭력의 형태를 취한다

《범죄도시 4》는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액션영화지만, 내면에는 ‘정의의 폭력성’이라는 주제를 품고 있다. 마석도는 정의의 대명사지만, 그 방식은 언제나 폭력적이다. 그의 주먹은 범죄자를 응징하지만, 동시에 법과 절차를 넘어선 개인의 정의다. 감독은 이 아이러니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백창기는 “당신도 폭력으로 세상을 통제하잖아.”라고 말하며 마석도를 비웃는다.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 질문이다. ‘정의와 폭력의 차이는 무엇인가?’ 마석도는 침묵하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린다. 이 침묵은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또한 영화는 사회적 부패, 권력, 국제적 자본이 어떻게 범죄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결국 범죄의 근원은 ‘욕망의 합법화’이며, 그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은 법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이다. 이 작품은 그 양심의 마지막 보루로서 ‘주먹’을 상징한다. 이것이 바로 《범죄도시 4》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는 이유다.

 

 

글로벌 스케일의 리얼리즘

《범죄도시》 시리즈는 한국형 액션의 상징이다. 그러나 4편은 그 영역을 확장해 ‘글로벌 액션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제 촬영, 다국적 인물, 그리고 현실적인 폭력의 묘사까지, 모든 것이 진화했다. 제작진은 실제 필리핀 경찰과 협업해 촬영 허가와 현지 인프라를 확보했고, CG보다 실제 현장 세트를 활용했다. 이로 인해 액션의 물리적 감각이 훨씬 생생하게 전달된다. 특히 클라이맥스의 항구 결투 장면은 국내 영화 기술력의 한계를 넘어선 연출로 평가받았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형 액션이 헐리우드식 화려함이 아닌 ‘현실의 육체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폭력의 끝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윤리

《범죄도시 4》는 단순히 네 번째 시리즈가 아니다. 이 영화는 ‘폭력의 철학’을 다룬다. 마석도의 주먹은 악을 무찌르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인간 본성의 또 다른 얼굴이다. 감독은 그 모순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폭력 없는 정의는 가능한가?’를 직시하게 만든다. 시리즈를 통해 쌓인 캐릭터의 무게감, 마동석 특유의 인간미, 김무열의 냉철함, 이 모든 것이 충돌하며 영화는 마침내 묻는다. “우리가 믿는 정의는 진짜인가?” 《범죄도시 4》는 폭력의 쾌감 속에서도, 인간의 양심이 끝내 살아있다는 희망을 남긴다. 이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가 어디로 가든, 그 핵심에는 여전히 마석도의 묵직한 주먹이 있다. 그리고 그 주먹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이 시대가 잃어버린 정의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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