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개봉작 외계+인 2부는 한국형 SF 액션 블록버스터로, 고려시대와 현대를 오가며 외계인 죄수, 시간의 문, 신검, 그리고 인간 내부의 외계인이라는 충격적 설정을 통해 스펙터클한 액션과 철학적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배우 류준열, 김태리, 김우빈, 염정아 등 연기파 배우들과 대규모 제작예산이 결합되어 한국 장르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국 SF 블록버스터 시간과 외계, 그리고 인간의 경계를 넘다
외계+인 2부는 단순히 전작의 연장선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간 시도다. 감독 최동훈은 전작에서 이미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했지만, 이번 2부에서는 그 세계관을 더 확장하고 복합화한다. 1부가 외계인의 존재와 인간 사회의 충돌이라는 기본 골격을 제공했다면, 2부는 시간여행, 고려시대, 현대의 충돌, 신검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까지 끌어들여 “한국형 SF”라는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이 영화는 “외계인이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우리 내부에 있는 외계인적 존재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과거 고려시대와 현대라는 서로 다른 시간대, 인간과 요괴와 외계인의 뒤섞인 존재들, 그리고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벌어지는 거대한 서사적 흐름은 관객에게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사유의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한국 영화에서 이토록 대규모 SF 액션이 촬영된 것은 드물다. 제작비 수백억 원대와 대형 스케일의 CG, 실제 로케이션 촬영이 어우러지며 한국 영화 산업이 장르 영화에서도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우리는 이 작품이 어떤 서사를 담고 있고, 어떤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했으며, 연출과 미장센이 어떤 방식으로 감각을 자극했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줄거리와 시간의 교차로에서 펼쳐지는 서사
영화는 1부의 뒤를 잇는다. ‘이안’(김태리)은 과거로 떨어진 후, 시간의 문을 열기 위한 신검을 되찾아 미래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명을 안고 있다. 한편 ‘무륵’(류준열)은 자신 내부에 이상한 존재가 있다는 감각 속에서 혼란을 겪는다. 그 존재가 외계인이거나 요괴이거나 혹은 인간 그 자체의 변형된 상태일 수 있다. 고려시대에서는 삼각산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이 신검을 둘러싸고 움직이고,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 그리고 신검을 차지하려는 ‘자장’(김의성)까지 다층적인 캐릭터들이 신검과 시간의 문을 중심으로 충돌한다. 한편 현대에서는 외계인 죄수 ‘설계자’가 탈옥하여 외계 물질 ‘하바’를 폭발시키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된다. ‘민개인’(이하늬)은 우연히 외계인을 목격하게 되고, 사건의 실마리를 쥔다. 영화는 이 두 시공간을 교차하면서, 과거의 사건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구조를 만든다. 이안과 무륵은 시간의 문을 통해 돌아가거나 남아있거나 하는 선택을 하며, 현대를 위협하는 외계 물질 하바를 막기 위해 분투한다. 신검을 둘러싼 여러 세력들의 충돌, 시간의 문이 열리는 위기, 설계자의 재현된 위협 등이 연속되며 영화는 거대한 서사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중반부 이후에는 관객이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등장한다. 무륵이 단순히 조력자가 아니라 과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안과의 관계도 다시 해석된다. 시간의 문 너머에서 그들이 마주한 건 단지 외계인이 아닌 ‘인간의 욕망’이며, 외계에 대한 적대감보다 우리 내부의 변형 가능성이 더욱 공포스럽다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다. 결말부에서 신검이 우주선 혹은 외계인의 중심체에 꽂히고, 설계자와의 마지막 대결이 펼쳐진다. 시간의 문이 닫히기 직전, 이안은 미래로 돌아가고, 무륵은 남거나 다시 출발하거나 하는 선택을 암시하며 영화는 열린 결말을 남긴다. 이처럼 외계+인 2부는 과거와 현재, 인간과 외계, 욕망과 구원의 교차점에서 서사를 구축한다.
등장인물과 배우들의 역동적 표현
김태리는 이안이라는 인물로 완전히 몰입한다. 그녀는 단숨에 현대와 고려시대를 넘나드는 존재로서, 신검을 쥔 여인이자 시간의 문을 여는 열쇠다. 그녀의 표정에는 혼란과 결단이 함께 있으며, 액션 신에서는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몸동작으로 새로운 한국형 액션 히로인을 보여준다. 류준열은 무륵 역으로 등장해, 자신 내부의 이상한 존재와 맞서야 하는 인물이다. 그의 연기는 극 초반에는 유쾌함과 여유를 보여주다가 중반부 이후 점점 깊어지는 존재론적 위기에 직면한다. 그 변화의 폭이 인상적이다. 김우빈은 썬더 역으로 등장하여 액션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그가 지닌 외계적 존재감과 인간적 고뇌는 영화에 또 다른 긴장을 부여한다. 염정아와 조우진은 흑설과 청운이라는 ‘신선’ 캐릭터로, 한국적 판타지 미학을 담당한다. 이들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자로서 이야기의 메타적 층위를 담당하고 있다. 진선규 능파 역, 김의성 자장 역, 이하늬 민개인 역 등 조연들도 각자의 캐릭터에 깊이를 부여하며, 서사의 구조를 풍성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호흡이 복잡하지만 조율되어 있어, 관객은 이 거대한 서사 속에서도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다.
시공간의 질감
최동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시각적·서사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촬영은 고려시대 궁궐에서의 장면, 삼각산 사랑채와 현대의 도심, 우주선 내부까지 확장된다. 공간마다 다른 질감이 존재하며, 감독은 이를 이용해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고려시대는 붉고 황금빛 조명과 고풍스런 의상이 돋보이며, 현대는 차가운 블루톤과 디지털 사운드가 중심이다. 두 세계가 교차할 때 카메라는 핸드헬드로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시간의 문이 열리는 순간엔 렌즈 플레어와 로우 앵글이 시공간 왜곡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액션 시퀀스는 이전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대규모 스펙터클이 등장한다. 외계인과의 격투, 신검을 둘러싼 검술 액션, 우주선에서의 탈출 장면 등이 긴박감 있게 구성되어 있다. 편집은 리듬이 살아 있고, 음악은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전자음악이 결합되어 미래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신검이 휘둘러질 때 나는 금속성 소리, 시간의 문이 열릴 때의 저음 베이스, 외계 물질 하바의 폭발 장면의 사운드 디자인은 압도적이다. 이러한 연출적 디테일 덕분에 이 세계관에 몰입하는 경험이 강렬하다.
인간 내부의 외계, 시간의 책임, 그리고 선택의 무게
외계+인 2부는 외계인이 단순히 외부의 위협이라는 관념을 넘어서, 인간 내부에 내재된 ‘이질성’과 ‘변형 가능성’을 탐구한다. 무륵이 자신의 몸 속에 느끼는 존재는 단순한 외계인이 아니라, 인간이 갖는 생물학적·정신적 잠재성의 메타포로 읽힐 수 있다. 영화는 시간여행이라는 구조를 통해 우리가 만든 선택이 과거·현재·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신검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책임’이며 ‘권력’이며 ‘이해관계’이다. 그것을 가진 자는 과거를 바꿀 수 있지만, 그만큼 대가도 치뤄야 한다. 또한 고려시대와 현대라는 시공간의 대비는 전통과 미래, 인간과 기술, 자연과 외계의 경계를 넘는다. 한국적 요소(고려의 풍습, 신선, 검객)와 SF 요소(외계인, 우주선, 시간문)가 결합되면서, 이 영화는 한국 장르영화가 가진 독창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구원’보다 ‘연대’를 택한다. 이안, 무륵, 흑설, 청운, 민개인 등은 각자의 욕망과 사명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결국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선택한다. 영화의 말미에서 신검을 던지거나, 시간의 문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은 단순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미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외계+인 2부의 의의와 한국 장르영화의 새로운 방향
외계+인 2부는 한국 영화가 단순히 할리우드의 모방을 넘어, 독자적인 세계관과 장르 결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스케일 면에서나 제작면에서나 한국 영화 산업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상징한다. 감독 최동훈은 이전작들에서 보여준 범죄나 스릴러를 넘어, SF와 판타지, 액션을 완벽히 융합했다. 이 융합은 단지 화려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이야기와 세계관과 철학이 함께 고민된 결과다. 배우들의 연기, 액션의 완성도, 시각적 경험의 강도 모두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또 다른 질문을 남겼다는 점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외계인의 눈으로 본 지구는 어떤가?”, “시간이 흐른 뒤 우리의 선택은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히 상영시간이 지난 뒤 사라지지 않고 관객의 기억 속에 남는다. 앞으로 한국 장르영화가 나아갈 길은 더욱 다양하다. 외계+인 2부는 그 길목에 서 있는 작품이다. 이제 관객은 한국영화에서 ‘장르적 깊이’와 ‘세계적 스케일’을 동시에 기대해도 좋다. 이 영화는 그 기대에 답했고, 앞으로 이어질 차기작들이 그 뒤를 잇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다음에는 어떤 우주가 펼쳐질까?” 그 질문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는 여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