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드라마의 마케팅 전략은 지난 20년 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과거 지상파 중심의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는 OTT 기반의 글로벌 유통 구조를 중심으로 한 다층적 홍보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변화의 과정은 단순히 홍보 채널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의 성격을 규정하며 제작 방향을 바꾸는 요인으로까지 확장되었다. 특히 ‘도깨비’, ‘이태원 클라쓰’,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 글로벌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들은 기존 마케팅 문법을 전복하며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냈다. SNS 기반 바이럴 구조, 팬덤 중심의 참여형 마케팅, 해외 팬덤의 자발적 확산 구조, 그리고 작품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서브컬처 확장 전략까지, 오늘날 K-드라마의 마케팅 방식은 콘텐츠 산업 전체의 미래를 예고하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마케팅 전략의 변화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그 의미가 향후 K-드라마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있게 탐구한다.
K-드라마 마케팅 전략의 변화가 등장한 배경과 그 구조적 의미
K-드라마 산업은 지난 20년 동안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 2000년대 초반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 중심의 ‘한류 1세대 붐’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이 시기 마케팅 전략은 주로 방송사 중심의 전통적 홍보 방식에 의존했다. 포스터, 예고편, 기자간담회, 드라마 OST 홍보 등이 주요 전략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SNS가 단순한 소통 플랫폼을 넘어 문화 확산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K-드라마 마케팅 전략의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 변화를 가장 크게 이끈 요인은 글로벌 OTT 플랫폼의 등장과 확산이었다. 특히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국내 제작·홍보 방식에 큰 파동을 일으켰다. 기존에는 국내 시청률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기획되었지만, OTT 시대에는 세계 시장의 반응이 성공의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은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기반의 실시간 참여형 시스템으로 변모했다. 예를 들어 ‘오징어 게임’은 작품의 테마와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단순화해 SNS 바이럴을 적극 활용하며 글로벌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이는 기존의 한국 방송사가 충분히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마케팅 패턴이었다. 또한 K-드라마는 더 이상 단일 콘텐츠가 아니라 하나의 ‘확장 가능한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드라마는 방영이 끝나면 잊히는 소비재가 아니라, 시즌제로 이어지고 IP로 확장되며, 굿즈·캐릭터·OST·패션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탄생하는 구조로 재편되었다. 마케팅 전략의 변화는 이러한 산업 구조 변화와 맞물려 성장했다. 이 글에서는 K-드라마 마케팅 전략이 어떤 과정을 통해 발전했고, 주요 작품들이 어떠한 전략적 전환점을 만들어냈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도깨비’의 문화적 파급력, ‘이태원 클라쓰’의 SNS 트렌드와 결합한 브랜드화,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캠페인 전략, ‘더 글로리’가 구현한 감정 중심의 바이럴 구조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한국 드라마 마케팅의 본질적 진화를 살펴본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전략의 나열이 아니라, K-드라마가 세계적 문화 콘텐츠가 되기까지의 길을 다시 읽어볼 수 있다.
전통적 홍보 방식에서 디지털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
초기 K-드라마 마케팅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한 달 전 포스터 공개, 제작발표회, 예고편, OST 선공개 등이 주요 전략이었다. 이는 지상파 중심의 폐쇄적 구조 속에서 비교적 큰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시청자는 방송사 홍보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SNS,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얻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도깨비’ 방영 당시, tvN은 기존 방송사와 달리 다양한 ‘티저 영상의 파편화 전략’을 사용했다. 한 장면씩 독립된 짧은 영상들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며 캐릭터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 홍보가 아니라 감정적 선호도를 형성하는 전략으로, 이후 많은 K-드라마들이 따라 한 방식이다. 이 시기 SNS는 마케팅의 핵심 무기가 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태원 클라쓰’는 캐릭터 중심 마케팅에 초점을 두며 SNS에서 밈(meme)이 대량 확산되었다. 주인공 박새로이의 헤어스타일, 극 중 단밤의 인테리어, 등장 인물의 대사 등이 자연스럽게 SNS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이는 기존 방송 홍보에서는 결코 구현되지 못했던 자연 발생적 확산이었다. 또한 OST 전략 역시 단순한 음악 홍보를 넘어 브랜드화되었다. ‘도깨비’의 OST는 드라마의 감정과 장면을 시각·청각적으로 연결하며 마케팅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구조는 OST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자산이 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본격화와 OTT 시대의 확장성
넷플릭스는 K-드라마 마케팅을 글로벌 기준으로 재편한 핵심 플레이어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바이럴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대표 사례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의 시각적 요소를 매우 단순화해 전 세계 어디서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초록색 운동복, 분홍색 점프수트, 모양 기호 마스크, 그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국가별 해석의 차이가 거의 없이 공통적으로 소비될 수 있었다. 이는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핵심 요소였다. 시각적 상징이 강할수록 국제적 확산이 빠르며, SNS에서 이미지 기반의 공유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전 세계 SNS에서 ‘챌린지’를 중심으로 한 바이럴을 만들어냈다. 콘텐츠 마케팅 연구자들은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OTT 시대 이후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디지털 서사 확산 방식”으로 평가한다. ‘더 글로리’는 또 다른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보여줬다. 이 작품은 시각적 상징보다 감정 중심의 메시지를 확산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시청자들은 작품의 폭력성보다 ‘가해와 피해의 구조’, ‘사적 복수의 정당성’, ‘감정의 복잡성’에 초점을 맞춰 SNS에서 토론을 만들었다. 즉 마케팅의 중심이 “시각적 상징”에서 “감정적 담론”으로 확장된 것이다.
캐릭터 중심·팬덤 중심·세계관 중심 마케팅의 등장
K-드라마 마케팅은 이제 단순한 드라마 홍보가 아니라 ‘IP 확장 전략’으로 변화했다. 캐릭터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팬덤이 마케팅의 주체로 나서는 구조가 정착되었다. ‘도깨비’의 김신과 저승사자 캐릭터는 방영 이후에도 소비되는 강력한 브랜드였다. 팬덤은 밈을 생산했고, 드라마 촬영지 방문 열풍은 관광 산업과 연결되었다. 이처럼 캐릭터 중심 마케팅은 드라마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방식이었다. ‘이태원 클라쓰’는 드라마 세계관의 상징적 공간인 ‘단밤’을 현실 브랜딩 요소로 활용하며 자체적인 팬덤 문화를 만들었다. 실제로 많은 외식 브랜드들이 ‘단밤 스타일’의 브랜딩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마케팅 전략의 방향성 자체를 바꿔 놓았다. 팬덤은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드라마 확산의 동료 생산자”가 되었다. 그러므로 K-드라마 산업은 이제 팬덤의 온라인 활동을 마케팅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이 구조는 향후 K-드라마 마케팅이 단순 홍보를 넘어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장기적 콘텐츠 생태계 구축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K-드라마 마케팅 전략의 변화가 의미하는 미래
K-드라마 마케팅의 변화는 단순한 홍보 방식의 변환이 아니다. 그것은 산업의 구조적 재편을 의미하며,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도깨비’는 감정 중심 마케팅의 가능성을 열었고, ‘이태원 클라쓰’는 SNS 중심 확산 구조를 확대했으며,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시각적 브랜딩 전략의 정점을 보여줬다. ‘더 글로리’는 감정 중심 담론 마케팅이 얼마나 강력한지 증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K-드라마가 세계적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마케팅은 이제 단순 홍보가 아니라 “드라마의 기획 단계부터 포함되는 핵심 설계 요소”가 되었고, 세계관 확장과 IP화는 필수 조건이 되었다. 앞으로 K-드라마 산업은 팬덤과 함께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더욱 정교화할 것이다. 결국 마케팅 전략의 변화는 단순히 드라마를 알리는 일이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을 다루는 기술이자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동력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